2024년 봄 이재명 지도부의 엄청난 공천으로 우리 당은 총선 폭망의 위기를 맞았었으나, 이종섭과 황상무의 대활약 + 투표포기방지장치가 된 조국혁신당의 존재 덕에 어찌저찌 170석대 의석 보존에 성공하였다. 총선 직후 얼렁뚱땅 더불어민주연합과의 합당이 진행되었고 이 과정을 통해 김남국이 복당하였다. 총선 준비 과정에서 두 번 다시 당대표 또 하고 싶지 않다던 이재명은 연임에 대한 마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지 주변인들에게 연임에 대한 생각을 떠봤다. 개딸이들은 국회의장 경선에서 추미애를 열심히 밀었으나 결과는 우원식의 낙승이었다. 추미애 밀었던 정청래는 사과한다고 했다가 몰매 맞고, 분노한 개딸이들은 탈당원서를 난사하지만 중앙당은 접수만 하고 처리는 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과 김민석은 당원 권리를 2배 확대하겠다며 앞으로 전당대회 전에 개최될 시도당위원장 선거 등에 당원주권이라고 10% 비중을 넣겠다 한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은 600페이지가 넘는 회고록을 출판했고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이 논란이 되자 친문이들만 열심히 반박을 한다. 런던경제대 방문교수로 유학갔던 김경수는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귀국했고, 그 와중 개딸이들 탈당의 기세가 예상보다 심각해지자 이재명은 편지까지 띄우며 말려보는데…
선거에서 자신이 지지한 후보가 안 되면 속상한 것은 알겠으나, 국회의원 경선도 아니고 국회의장 경선에서 원하는 후보가 떨어졌다고 탈당을 결행하는 것은 일반인의 시각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 이재명에 따르면 37년, 50년 동안 민주당을 지켜온 사람들도 떠났다고 하며 규모는 2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한 7~8년 전에는 당원이 뉴스에 나오면 며칠만에 입당을 엄청 많이 했다거나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간다거나 하는 긍정적인 면모를 보여줬는데 이제는 같은 당 의원 욕을 한다든지 탈당을 해버린다든지 등의 부정적으로 일관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당 지지율에 있어 국민의짐에도 밀리는 결과가 나오는 만큼 도움도 되지 않는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어찌보면 개딸이들은 머릿수만 많을 뿐이지 민주당 그 자체와 민주당 정치인들과의 관계는 별로 건강하지 않게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인간관계로 비유를 해보자면 건강한 관계는 서로를 존중하고, 생각이 다르면 근거를 들어본 뒤 타협 또는 합의한다. 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관계는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강요해서 결국 사달이 난다. 사달나는 정도면 차라리 양반이고, 극단적으로는 어느 한 쪽이 결국 죽어야 끝나기도 한다. 가정폭력, 데이트폭력으로 인한 살인사건 같은 것이다. 여기서 개딸이들은 상대에게 문자폭탄으로 정신적 위해를 가하거나 자신들이 탈당해서 관계를 정리해 버린 것이다. 자신과 의견이 다른 정치인뿐만 아니라 같은 당원에게도 자신들과 안 맞는다 싶으면 바로 악플을 달거나 조리돌림을 하고, 이번에 초선이 되는 당선인들에 대해 당원이 아니지만 지지를 보내준 지역구 주민들은 개무시하고 ‘자신들이 공천을 줘서 당선되었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을 갖추고 있다. 개딸이들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정청래 같은 정치인들은 온라인 집단지성의 긍정적인 면을 언급하지만 이런 면은 자신들의 지지도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나도 문자폭탄을 받는다’(즉 친명인 나도 비난받으니 너도 그냥 참으란 뜻이다.)며 축소하고 외면한다. 민주당 정치인들 입장에서 당원들은 금쪽이다. 정치적으로 분명 감사하고 아끼는 존재지만, 남이 보면 이상행동이 지나친 사람들이다. 게다가 그게 언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국에 중계된다.
자기 자식에게 '금쪽이'란 말을 쓰면 여전히 귀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뜻이지만, 남의 자식에게 쓰면 골칫덩어리, 문제아, 말썽꾸러기, 철부지, 상담이 필요할 정도로 이상행동을 하는 어린이를 반어적으로 뜻한다. — 한겨레 말글살이 코너
개딸이들이 정치인에게 항의하는 행위 자체는 문제가 없다. 나는 정치인이 어떤 발언을 했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고 그 책임 중에는 항의를 감수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딸이들이 금쪽이 취급되는 것은 그들이 건강한 정당 문화를 만드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정치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닌데… 후술할 당원 청원 시스템도 개딸이들만의 정치적 요구 표출 창구로만 쓰이다가 결국 개딸이들에게마저 외면받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농부는 정치인이고, 밭은 유권자의 존재를 포함하여 그들이 정치를 하는 환경이다. 유권자이기도 한 당원들은 정치인 그 자체가 아니니 정치인과 다른 생각을 가지는 것은 정치인 입장에서는 뭐 그렇다 칠 수 있다. 적어도 정치인 입장에서 ‘내가 인기 없는 것은 다 개딸이들의 음해 때문이야!’ 소리를, 그게 사실에 근접한다고 해도, 대놓고 하는 것은 썩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데 일부 정치인들은 밭을 탓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밭 그 자체가 되어, 즉 개딸최적화가 완료되어 개딸이들이 직접 정치를 하는 듯한 역량을 보여주기도 한다. 내심 연임도 하고 싶고 탈당 사태도 수습하고 싶은 이재명이 전당대회도 앞두었겠다 당원 권리 강화 의제를 던지자, 몇몇 당선인들은 원내대표 선거에도 당원 표가 반영되어야 한다, (←박찬대 선출 과정이 어떠하였는지를 회상하면 그야말로 모순적인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의장 선거에도 반영되어야 한다는 하책을 내놓았다. 원내대표는 국회의원들이 구성하는 교섭단체의 대표이며, 국회의원이 아닌 당원은 교섭단체의 구성원이 아니다. 국회의장의 경우 국회의원에 의해 뽑힌다고 아예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임명되는 순간 탈당계를 내야 하는 지위를 특정 당 소속 당원들이 뽑아야 할 당위성은 없다. 비록 같은 당 소속이지만 냉정하게, 나는 이 사람들이 국회의원의 권한이 뭔지도 다 알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개딸이들은 이재명이 개혁적인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나, 정책 입안의 방향에서는 맞는 말일지 몰라도 정당 개혁에 대해서는 나는 2년 가까이 지켜본 결과 동의할 수 없다. 옹호가 불가능한 수준의 공천 운영은 차치하고 당 운영으로 한정하자면, 당내 선거에서 특정인에 대해 의중이 있다고 보도되고, 그 특정인이 아닌 다른 후보들을 주저앉게 유도하는 것은 윤체이탈식 수직적 당정관계와 다른 점이 별로 없으며, 딱히 당에 획기적인 변혁을 가져온 것도 아니다. 이재명 당대표 임기 동안 있었던 장경태 혁신위, 김은경 혁신위에서 내놓은 혁신안들은 모두 본인 포함 당원들이 제안을 제공해주었지만 그 중 현재 (2024년 5월 27일) 시점에서 반영되었거나 추진되고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혁신위원들과 당원들이 열정페이를 해줘도 소용없는 것이다. 우상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 추진하고 2022년 8월 1일부터 시작된 당원청원은 개딸최적화 청원만 올라오고 뉴스거리가 되다가 지금은 답변 조건 5만명이 무색하게 (조건을 5만명 동의에서 2만명으로 낮춰주겠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역시 혁신안들처럼 유기된 모양이다.) 1000~2000여명밖에 참여하지 않는 코딩덩어리로 전락했다. 지금은 2만명이 아니라 5천명으로 더 낮춰줘도 충족을 못 할듯. 만약 개혁을 할 수 있다면 추진하고, 못하겠으면 못하겠는 이유를 당원들에게 설명해줘야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진척 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언제 완료될 수 있을지 설명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마침 위에서 잠깐 언급된 우상호는 단지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 상향처럼 숫자만 조정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네트워크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시선집중] 우상호 “국회의장-원내대표 선출에 권리당원 참여? 옳지 않아. 당 원칙 지켜야”
생각해보면 당원의 목소리를 반영한다고 해봤자 공천, 당내 선거 등 사람 뽑는 것에서 권리당원 표의 비중 숫자를 올리는 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개딸, 친명 정치인뿐만 아니라 이재명 본인이 제안하는 것도 그에 머무른다. 올해 있을 전당대회에서 전국대의원 표의 비중을 또 줄인다고 하는데, 도대체 몇 %까지 줄어들게 되는지 흥미진진하다. 그렇게 된다 하더라도 결국 당원이 뽑은 사람이 잘 해주길 기도하고, 무엇을 해달라고 부탁을 해야 하는 수동적인 위치에 머무르는 게 현재 더불어민주당 당원의 현실이다. 집단탈당을 해버린 것도 결국 ‘내가 뽑은 사람이 잘해주길 기도했는데 그렇게 안 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잘 해주길 기도하는 차원을 넘어 직접 최고위에서 다룰 안건을 제안하고, 이러이러한 의제를 토론해달라고 요청하자고 최재성이 정발위 혁신안에서 제안하고 그것이 당헌에 들어간 지 6년이 다 되어가는데 언제 그렇게 할 수 있는가? 누가 마치 우리 당헌당규에 당원의 참여 여지가 거의 없는 것처럼 말하는데, 웃길 따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의원 시절 네트워크 정당을 만들자는 기치를 세운 것이 정확히 10년 전이다. 당직자들이 단텔방에서 회의하는 수준의 정당이 아니라 당원이 직접 그 회의에서 발언하고 경청할 수 있는 진정한 네트워크 정당은 언제 실현되는가?
약 2년 가까이 우리 당의 의원이들은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서 개딸이들이 주장하는 대로 정치할 것을 요구받았다. 당선인들이 워크샵에서 나름 머리를 굴린답시고 당원 권리 강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게 원내대표 선거 당원 표 반영 정도나 내는 것이 나는 안타깝다. 개딸이들이 하는 대로만 정치를 해왔으니 개딸이들이 딱 원하는 범위까지밖에 생각을 못 하게 된 것이 아닌가 염려가 된다. 원내대표 선거에 당원 참여가 되게 하려면 2025년 5월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냥 얼마 전에 원내대표 선거(추대였지만)가 있었으니까 그냥 무릎반사처럼 안을 내놓은 것에 불과하다.